1. 급성 췌장염, 왜 이렇게 아플까?
‘급성 췌장염’은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병처럼 느껴지지만, 의외로 우리 일상과 멀지 않은 질환입니다. 특히 과음이나 기름진 음식을 즐긴 다음 날, 갑자기 명치가 아프고 속이 메스껍다면 단순 체한 게 아니라 췌장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췌장은 위 뒤쪽 깊은 곳에 위치한 장기로, 평소엔 존재감이 없지만 염증이 생기면 통증이 매우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이 일반 복통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응급실에 오는 심한 복통 환자 중 상당수가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습니다. 복부 통증이 너무 심해 소화제를 먹거나 누워 있어도 전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깊어진다면 바로 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2. 급성 췌장염 증상, 이렇게 다릅니다
급성 췌장염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명치에서 시작되는 통증입니다. 이 통증은 종종 등까지 퍼지는 관통통으로 표현됩니다. 일반적인 복통과 가장 큰 차이는 ‘지속성’과 ‘위치’입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명치나 상복부의 극심한 통증
통증이 등까지 번질 수 있으며, 누워 있으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구토와 메스꺼움
음식을 먹지 않아도 구토가 유발되며, 구토 후에도 전혀 개운하지 않습니다. - 열감, 발열
38도 전후의 미열이 흔히 나타나며, 심할 경우 고열도 동반됩니다. - 복부 팽만
가스가 찬 듯한 더부룩함과 함께 복부가 단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식욕 저하, 전신 쇠약감
소화불량, 무기력증과 함께 전신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습니다. - 회색 또는 기름진 변
소화 효소의 기능 저하로 지방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무엇보다도 췌장염 통증은 음식과 상관없이 지속되며, 6시간 이상 아프고, 자다가 깰 정도로 심하다면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소화불량이나 위염 증상과 구분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3. 췌장이 보내는 경고의 원인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췌장에 염증이 생길까요? 급성 췌장염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과음
가장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폭탄주, 소주·맥주 섞어 마시는 습관, 빈속에 술을 마시는 습관 모두 췌장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술이 췌장의 효소 분비를 촉진하고, 효소가 제때 배출되지 못하면 오히려 췌장 안에서 췌장을 ‘소화’해버립니다.
2) 담석
담낭에서 떨어져 나온 돌이 췌장관을 막으면, 소화효소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안에 고여 췌장을 손상시킵니다. 특히 40대 이상 여성에게서 담석성 췌장염이 자주 발생합니다.
3) 고지혈증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1000mg/dL을 넘으면, 췌장염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평소 지방 섭취가 많거나 운동량이 부족한 경우, 중성지방 수치가 상승해 췌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4) 약물
일부 약물, 특히 이뇨제, 항생제, 면역억제제는 드물지만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5) 기타 요인
바이러스 감염, 유전적 요인, 외상, 수술 후 합병증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4. 방치하면 생기는 합병증
급성 췌장염은 조기에 치료하면 대부분 회복되지만, 방치하거나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요 합병증)
- 췌장 괴사
췌장 일부가 썩어 괴사 하면서 세균 감염 위험이 커집니다. - 췌장 농양/가성 낭종
염증 부위에 고름이 생기거나, 액체가 고이면서 낭종이 형성됩니다. - 복막염
췌장에서 누출된 효소가 복막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폐 합병증 (ARDS)
전신 염증 반응이 폐까지 번지면 호흡곤란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췌장 괴사에 감염이 동반되면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실제로 중증 급성 췌장염 환자 중 일부는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위험합니다.
5. 이런 증상, 빨리 병원 가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절대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 기름진 음식이나 음주 후, 명치 통증이 6시간 이상 지속됨
- 통증이 등까지 번지고 누우면 심해짐, 앉으면 약간 완화
- 구토가 반복되고, 음식이나 물 섭취가 전혀 되지 않음
- 복부가 단단하고 팽만하며, 만졌을 때 통증이 심함
- 열이 나거나,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이 불규칙함
- 회색, 기름진 변을 자주 보며 체중이 감소함
이 경우 단순히 내과가 아닌 응급실에서 혈액검사(아밀라아제, 리파아제), 복부 CT 또는 초음파를 받아야 하며,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금식, 수액요법, 필요시 항생제와 통증 조절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6. 결론 : 복통이 아닌 췌장통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복통과 급성 췌장염 통증은 전혀 다릅니다. 특히 기름진 음식, 과도한 음주 후 극심한 통증이 생겼다면 그냥 넘겨선 안 됩니다. 췌장은 재생이 느린 기관이라, 한 번 손상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습니다.
급성 췌장염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만성 췌장염으로 이행할 수 있고, 이 경우 당뇨, 체중 감소, 소화불량 등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초기에 알아차리고 치료하는 것입니다. 단순 복통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급성 췌장염 증상은 무조건 병원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